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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_단골] 불이 꺼지지 않는 음악사, 청주 뮤즈음악사사람 2020. 6. 15. 23:00
카세트테이프나 CD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가요?
첫사랑에게 선물한 음반,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모았던 일. 친구들과 좋은 음반을 돌려가며 들었던 일.
아직도 그때의 추억을 파는 음악사가 있습니다.
주변의 가게가 모두 문을 닫은 늦은 밤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청주 꽃다리의 뮤즈 음악사가 그곳인데요.
20년 동안 변하지 않고 한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입니다.
양쪽 벽면을 꽉 채운, 추억이 가득 담긴 카세트테이프와 CD가 반겨주는 뮤즈 음악사를 찾았습니다.가게를 하신지 얼마 되신거에요?
처음에는 사람을 써서 같이 하다가 제가 혼자 한지는 벌써 20년이 다되어가네요.
2002년부터였으니까요.
그럼 음반점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뭐라 그럴까. 옛날에 사업에 실패를 한 적이 있었어요.
음악에 대한 것을 계속 접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이쪽으로 와서 장사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집안이 음악가 집안이었는데, 옛날에는 음악을 한다고 하면 집안에서 골칫덩어리라고 하잖아요. 옛날에는 그게 싫어서 음악을 무지하게 싫어했는데요, 사업에 실패하고 뭘 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이런 환경 덕분에 영화 음악사도 잘 알고, 서울 음악사도 잘 알고 그러다 보니 음반사를 시작한 거죠.
밤늦게 저녁 9시쯤 지나가는데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더라고요.
아침에는 10시 정도 출근하고 저녁에는 12시까지도 있어요.
쉬는 날도 없이 매일 하시는 것 같아요.
일요일만 쉬고 매일 출근해요.
다른 거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특별한 것도 없고 하니까 매일 가게에 나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이제는 습관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음반시장이 한창 잘될 때에는 저절로 장사가 됐었는데 핸드폰으로 음악 듣기 시작하면서 침체가 되었어요.
그래도 주로 택시기사 분들이 여기가 낮에는 차대기 힘드니까 저녁에 불이 켜져 있으면 많이들 오시더라고요.
애들 키우려면 10원이라도 더 벌자 하는 마음에 그런 손님들을 위해서 늦게 문을 닫게 되었어요.
2-3년 전에는 새벽 2시까지도 문을 열어놨었어요.요즘은 주로 어떤 손님들이 오세요?
요즘은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다 보니 시장이 많이 침체되었어요.
그래서 늦은 시간에 택시 하시는 분들 오시고, 미스터 트롯 때문에 오시는 손님들 계시고 그래요.
그럼 기억에 남는 단골손님이 있으신가요?
딱 누군가 떠오른 다기보다는 잠시 학교 다니면서 2-3년 정도 다녔던 분들이 어느 날 지나가다 그냥 그대로 이렇게 있으니까 그게 좋아서 반가운 마음에 찾아주고 그러죠.
학생 때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러 왔던 친구들이 군대 제대했다고 오기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서 아저씨~ 하면서 오기도 하고 그래요.
대부분 아직도 하시냐며 찾아와요.
결혼한다고 찾아와서 제가 결혼식장도 가고 그랬어요.
(직접 결혼식도 가셨어요?) 갔죠, 가서 뭐 돈 내고 와야죠. (웃음)
저는 사실 장사하는 사람이라 손님이 오면 필요한 것을 드리고 그러는 건데 아직도 잊지 않고 찾아줄 때마다 고마움을 느끼죠.
지나가다 사장님 반갑다고 하면서 들어온 손님들이 아직도 있냐, 그러면 저는 죽을 때까지 할 거라고 그렇게 말해요 (웃음)맞아요. 단골이라고 하면 가게가 그 자리에 오래 있어야 자주, 꾸준히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 오래 자리를 지켜주신 사장님께 감사해요.
저희도 그런 손님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이 벽지도 20년, 타일도 20년 다 20년 된 거죠. 바뀐 거는 전구 다마밖에 없네요. (웃음)
어쨌든 이렇게 오래 있는 사람이 주변의 나 혼자예요.
그럼 이렇게 오래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 거 없어요 (웃음) 그냥 다른 거 할 게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죠.
그래서 늘 똑같아요.사장님은 한사코 한 게 없다며 손사래를 치셨지만, 포스터가 흠집 나지 않게 정성스레 말아주시던 사장님의 손길이 기억납니다.
좋아했던 가수의 음반도, 최신곡이 나오면 사서 피아노 앞에 앉았던 악보집도 모두 그대로인 여기가 좋습니다.
모두 그대로 일 수 있는 것은 사장님이 애정으로 이 공간을 지키셨기 때문이겠지요.
지금은 듣고 싶은 노래만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서 들을 수 있지만 이곳에 오니 카세트테이프나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원하는 노래가 나올 때까지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며 기다렸던 그 시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습니다.
추억이 쌓여가는 곳. 그것이 단골가게의 매력 아닐까요.
여러분의 추억이 쌓인 단골가게는 어디신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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